그냥... 잡담


오늘은 좀 우울한 얘기.


모 센터에서 일주일에 하루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제과제빵을 가르치고 있는데
얘들은 그냥 보통의 중.고등학생이 아니고 '장애아'들이다.

사실 아픈 아이들은 어디나 다 있게 마련이지만 가까운 가족, 친척 중 아픈 아이들이 없으면
관련 정보에 대해서는 어둡게 마련이 아닐지.
나도 마찬가지여서 지적장애, 다운증후군, 자폐가 구분이 안됐다.

지금은 그래도 애들 얼굴보면서 수업을 한 지가 꽤 되서 어느정도 아이들한테 적응이 되긴하는데
다운증후군의 경우는 오히려 반복작업에 익숙한 편이라
제과나 제빵 기술을 가르쳐주면 제법 잘 따라한다.

자폐의 경우 영화 '레인맨'에 나왔던 더스틴처럼 서번트 같은 사람은 극히 드물고
실생활에서 보는 자폐아들은 어떤 그...뭐라고 해야되냐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 자체를
굉장히 힘들어하고 어려워하는 경향들이 많다.

내 학생 중 두 명이 자폐인데 그 중 한 명은 자폐가 좀 심한데다 지적장애까지 있어서
학생의 어머니가 계시지 않으면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정도다.
애는 정말.. 비장애인이었다면 잘생기고, 키도 크코.. 너무 멀쩡한 애인데
의사소통에 문제가 많아서 뭘 말하고 싶어하는지 이해하기가 정말 힘들 때가 많다.

우리집 빵학년이 이제 겨우 5살인데 얘하고 의사소통하는 것 보다 19살 고3 학생하고 얘기 나누기가 더 힘드니..
참 안타까울 때가 많았었다.


오늘은 눈물이 날 뻔한 날이었는데...
오늘 그 고3 지적장애에 자폐까지 있는 학생 A가 수업을 들으러 왔는데
얼굴이 뭔가 이상하다.

남자애들 키우면 밖에서 싸움박질하고 오는 날이 더러 있다고 얘기만 들었지
우리집 빵학년은 이제 다섯살이라 그렇게 크게 다치고 온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얼굴을 보니 넘어진 흉터는 아닌 것 같고.. 맞은 것 같았다.
눈 주변이 멍이 시퍼렇고, 눈썹 위는 상처 녹이는 밴드를 붙이고 왔는데
얼굴을 보니 내 가슴이 다 서늘해진다.

오늘따라 A학생 어머님도 안오시고.. 다른 학생들 어머님들도 자초지종을 모르는 눈치.

수업 다 끝나고 난 뒤에, A학생 어머님이 따로 교실로 들어오시는데
학교 같은 반 애들이 우리 A학생을 수업시간에 때렸단다.
이유는 말귀를 못알아듣기 때문이라고....

불행 중 다행으로 때린 학생 어머님들이(무려 3명이 애 한 명을 팼다고 한다) A학생 어머님께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고, 학생들도 인정을 했다고는 한다.
근데... A학생 어머님 말씀으로는 그간 학교를 12년을 보내면서 참으로 숱하게 겪는 일이라고 하신다...

사실 상황설명을 들으면서 내가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어머님 앞에서 내가 울면 그게 더 안될 상황이라 꾹 참았는데
정말 오늘은 너무 가슴이 아프다.


나는 정말 좀 싸가지가 없고 냉정한 편인데
이런 종류의 불합리한 상황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 대단한 분노가 느껴진다.
오늘이 그랬다.

장애학생 어머님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분들이 송곳처럼 가시가 세워진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런 때 나는 잘 이해가 안됐는데 오늘 A학생 어머님의 얘기를 듣고나니 그 태도가 왜 그런지
조금은 이해가 됐다.
이런 종류의 일들을 수도 없이 겪으며 아이를 키운다는 건 부모로서 정말 고통스러운 일일거다.


다르다는 것에 대한 배려심은
누가 가르칠 수 있을까?


부모라는 자리는 그냥 되는 게 아니다.
애들 좀 잘 키우자.
ㅠㅠ
by 빈틈씨 | 2009/10/29 00:57 | 빈틈씨의 수다 | 트랙백 | 덧글(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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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melie at 2009/10/29 01:03
힘드시겠지만 좋은 일 하시네요. 정말 쉽지 않으실텐데..
오히려 빵학년 아이들과 함께 빵 만드는게 쉬운 것 같아요.
이런 문제 때문에 통합 교육이 필요해요.
불편한 아이들을 색안경끼고 보지 않고, 서로 도우며 생활하는게 자연스러울 수 있는...
다르다는 것에 대한 배려심은 가정에서... 배우는 것 아닌가요....
정말 아이들(특히 나이가 어린)이 못된 짓 하면 대부분이 부모탓..... 이라고 쓰면 빈틈님 가슴이 더 아프실까요;?
Commented by 빈틈씨 at 2009/10/30 05:26
저도 엄마지만 그런 사람들 정말 많습니다. 갈수록 정도가 더 심해지는 것 같고
누구탓도 아니고 우리탓이지만 참 어처구니 없을 때가 많죠..

지금 고3 애들은 통합교육을 안받은 애들이겠죠..?
한 반에서 불편한 애들을 도와줄 수 있게끔 해줘야하는데....
멀리갈 게 아니라 저희집 애부터 정신차리고 키워야겠죠...
Commented at 2009/10/29 01:1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빈틈씨 at 2009/10/30 05:25
그런 멍청한 글을 쓰는 인간도 있나요?
머리를 째고 뇌를 꺼내 씻어서 다시 넣어주고 싶군요 -_-
Commented by 조제 at 2009/10/29 02:53
고3이나 되어 장애 가진 친구를 때리는 녀석들은 나이를 어데로 먹었는지 궁금해지네요;;
요새 아이들은 워낙 일찍 철도 들고 해서 중학생쯤 되면 애 같이 안 굴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죠...
Commented by 빈틈씨 at 2009/10/30 05:24
성인이 되지 않은 시기의 애들이 어른들보다 더 잔인하지 않나 싶어요.
물론 걔들은 거의 성인에 가까운 나이라는 게 더 문제지만....ㅠ
Commented at 2009/10/29 09:1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빈틈씨 at 2009/10/30 05:23
올만이다. 뭐하고 지내는겨.. 안부가 궁금하다..
Commented by 다시나 at 2009/10/30 21:51
몸도 마음도 바닥을 기었다.
좀 우울했지만, 다시 뛰어올라야지..
사는게 다 글치? ^^
Commented by 빈틈씨 at 2009/10/31 03:57
이유는 잘 모르지만... 고생했다.

잘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힘내!
Commented by 앙녀 at 2009/10/29 09:13
그아이들 눈동자 한번 봐보세요.. 퐁당 빨려들어 갈것같이 맑답니다.
와!! 강의도 나가시고..대단하신걸요.
Commented by 빈틈씨 at 2009/10/30 05:23
애들 정말 착해요. 약간의 정신지체인 학생 중 일반 학생의 사악함을 흉내낼 때도 있지만
그냥 견딜만한 수준이라 귀엽죠..

강의는... 뭐 그냥 얼떨결에 시작했네요 -0-
Commented at 2009/10/29 09:2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빈틈씨 at 2009/10/30 05:22
미안허다 T.T
Commented by woodstock at 2009/10/29 09:59
근처에 장애인시설 들어온다고 하면 난리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뭘 바라겠습니까. 전 이 땅에서 애 낳고 학교 보낼 생각하면 벌써부터 숨이 막힙니다.
Commented by 빈틈씨 at 2009/10/30 05:21
부동산 광풍 덕분에 집값 떨어질까 걱정하는 주민들이니....

동네에 반대하다 들어온 시설이 밀알학교라 들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이사 들어온 저희는 저런 시설도 가까이 있는 거 보면
동네 사람들 마음이 열려있는 것 같아서 보기 좋다... 이랬었는데 -_-;;;
Commented by 깡패병아리 at 2009/10/29 10:25
Amelie님 말씀대로 아이들 못된 짓 하는건 부모탓 맞다능...
전에 이오공감에 출산률 높이는게 애국이 아니라 제대로 된 아이를 길러내는 게 애국이라는 글 읽은 기억이 나네요.
어릴때부터 민폐만 끼치는 아이를 사회에 내보낼바에야 아이를 안 낳는 것이 낫다구요
전 식당가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심지어 남의 테이블 다리 잡고 흔드는) 아이들 아주아주 싫어하는데 그런 애들 엄마가 사과하는 거 한번도 못봤네요
뭐라고 하면 '네가 뭔데 우리애 기를 죽이냐'식이고 그따위니 애들이 제대로 클리가 없죠...

'장애학생 어머님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분들이 송곳처럼 가시가 세워진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맞아요
저희 아파트 15층에 지적장애 or 자폐로 보이는 아이가 하나 있어요(생긴걸로 봐서 다운은 아니구요)
전 모르고 있다가 5학년쯤 되어보이는 아이가 뭐라고 중얼중얼하면서 엘리베이터 문을 자꾸 걷어차길래 왜 저러지 싶어 그냥 쳐다봤거든요
근데 옆에 있던 아이어머니가 절 무지무지 째려보시더라구요
나중에야 그애가 그렇다는 걸 알았는데 지금도 엘리베이터 탈 때마다 그 아주머니가 절 무지 째려보신다능...
얼마나 설움도 많으시고 걱정이 많으시면 그러시겠나 싶다가도 악의없는 이웃인 절 그리 보시는게 씁쓸하기도 해요
저 학교다닐땐 공부 못하고 힘없고 모자란 아이는 서로 도와주고 오히려 있다고 잘난척하는 애들 따돌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반대라니 우울해요
어릴때부터 힘의 논리,역학관계에 따라 행동하는거 넘 슬픈 일이네요
Commented by 빈틈씨 at 2009/10/30 05:20
이틀 정도 지나니까 마음이 좀 가라앉기는 하는데, 그 날 저녁에 집에 오는데
기분이 참 뭐 같더라구요...
저처럼 어찌보면 상관없는 '남'이 듣기에도 이리 가슴아픈 일인데 A학생 부모님은 마음이 어떠셨을지...
Commented by H씨 at 2009/10/29 11:41
가슴이 먹먹한 이야기...
저도 어려서부터 지적장애인을 가까이서 보고 자라와서 그런지 저는 그런 친구들이 익숙했답니다.
그 부모님들 정말 힘드시지요.
가슴이 먹먹할 뿐이네요.
Commented by 빈틈씨 at 2009/10/30 05:18
다음주에 A학생 다시 만나면 좀 나아져있겠지.. 생각해봅니다.
A학생도 표현을 못할 뿐이지... 그 안에 상처가 오죽 클까 생각해보면 쩝....
Commented by 상규니 at 2009/10/30 16:48
동생이 학생때 자원봉사로 영어수업을 진행을 했었는데, 그당시 장애아들을 상대로 한 클래스도 있었나 봅니다. 처음에는 이런 저런 일로 많이 두려웠다고 하더군요. 수업 중간에 갑자기 일어나선 자기한테 휙휙 걸어나오는데 정말 무서워 자빠질려고 했었다던지... 한국에서는 나와 다른 행동, 생각을 갖고 있다고 무조건 배제하는 것이 인정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무서울 정도라고 생각이 듭니다.
Commented by 빈틈씨 at 2009/10/31 03:58
저부터 잘해야 할 것 같아요. 제 몫을 잘 해내면.. 점차 좋아지겠지...요? T.T
Commented at 2009/11/01 19:1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빈틈씨 at 2009/11/02 02:49
빨랑 올리시오

원래 오늘 새벽에 전화하기로 했었는데..하루만 연장해주겠음. ㅋㅋ
Commented at 2009/11/02 23:4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빈틈씨 at 2009/11/03 00:58
알겠쑤와. 만만한 친구는 생각보다 하루 일찍 귀국해버려서... 에이씽....
젤 만만한 건 월말에 오니까 갸를 부려먹도록 해 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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